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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창작자/매일 글쓰기

[매일글쓰기] 버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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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왜 그리도 강화가 좋았는지...
시간이 날 때면 언제나 신촌에서 삼화고속을 탔더랬다.

오래된 고속버스에서 나는 비릿한 세월의 냄새를 맡으며,
그때만 해도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
연신 머리를 흔들어대며
궁둥이를 들썩이며 강화에 갔다.

강화 포구에 내리면,
바닷가의 그것보다는 먼지 냄새가 먼저 났다.
봄 아지랑이를 품은 먼지 냄새.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건너는 배를 타기 위해
어김없이 선착장에 줄을 섰다.
그 줄에 서면 어디선가 새우깡 아줌마가 나타났다.

마치 누군가가 짠 각본처럼,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던 신비한 그곳.

지금은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는다.
그 사이 내겐 차가 생겼고,
강홧길은 매끈하게 포장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며
머리를 흔들어대고 궁둥이를 들썩이는 그 흥취.
어쩌면 강화는 내게 흥취였나보다.
흥취가 사라진 강화, 이제 난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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