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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글쓰기] 감촉 오늘 하늘은 에이는 듯한 잿빛이다. 마치 모든 연을 끊어내듯 잔뜩 벼린 하늘이다. 팔을 뻗어 날 선 잿빛 하늘 속 미쳐 숨지 못한 게으른 달을 그려본다. ‘앗...’ 창백한 달을 따라 선홍빛 피가 흐른다. 벼려진 하늘이, 게으른 날이 만든 상처가 선명하다. 떠난 그가 남긴 차가운 말의 감촉처럼...
[Day 1] 헬싱키 교통패스 선택하기 헬싱키의 교통패스는 지하철역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키오스크에서 첫 번째 선택할 것은, Only 교통 vs. 박물관 포함교통 패스의 경우, 기간에 따라 1~7일 중 선택하면 끝~ 두 번째 선택할 것은, City vs. Region헬싱키시의 주변 지역 여행을 원하면 Region을 선택하면 됩니다.헬싱키에 주로 있더라도, 공항까지 가려면 Region을 선택해야 해요. 가격은 아래와 같아요~ 자세한 정보는 https://www.helsinkicard.com
[매일글쓰기] 돌아보면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얼굴이 있다. 하지만 돌아본 그곳에 기대한 얼굴이 없다. 있겠다고 했는데, 있어주겠다고 했는데... 홀로 남겨진 공간을 알아챈 눈이 설움의 그림자로 그곳을 채운다.
[Day 1] 도전, 헬싱키 수퍼마켓 체크인을 마치고는 받아든 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꽁 언 몸을 침대에 쏘옥 넣는다. 예상치 못한 4월의 폭설을 온전히 받아낸 여행자의 몸은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이번에는 배가 문제다. 뭔가를 넣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따끈한 침대에서 팔을 살포시 꺼내서는 핸드폰을 잡아당겨서는 구글맵으로 수퍼마켓을 검색한다. 25분. 갈등이다. 커튼 틈으로 여전히 흩날리는 눈이 보인다. 침대냐, 식사냐...결국 배고픔이 몸을 일으키게 한다. 그 사이 온기를 머금은 옷을 몸에 끼워넣는다. 그리고 출발.하지만 호텔 문을 나서자 마자 거센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눈이 뺨을 때린다. 그래도 배고픔이 무서운지라 다리를 부산히 움직이며 눈으로는 구글맵을 쫓는다. 그런데 이건 뭐지? 25분이 지났지만 아..
[매일글쓰기] 어디에도 어디에나 있을 줄 알았다. 너의 맘이 내게 건너오고, 또 그만큼의 나의 맘이 건너갔을 때...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어디에나 있는 존재라 여겼다. 하지만 버려진 약속처럼, 너는 어디에도 있지 않다. 눈을 감고 내딛는 모든 발걸음, 그 어디에나 너는 있지만, 눈을 뜨는 순간, 너는 그 어디에도 없다. 더 많이 가진 네가 특권을 행사하는 사이,더 적게 가진 나는 숙명을 받아들인다. 그 어디에도 없는 존재를 오래도록 기다리는 숙명을...
[매일글쓰기] 주문 기-승-전-그. 언제부터일까? 모든 생각의 끝에 내가 아닌 그가 서기 시작한 것은...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그 자리를 돌리려 주문을 왼다. ‘레플리카 오리지나리~’*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떠본다. 기-승-전-그. 무용하도다. 그를 내게서 도려내는 주문은... *주: Replace originally.
[Day 1] 나의 일탈을 허하노라 '출장 빙자 여행'이라는 작은 일탈은 역시 사치인건가? 2주의 해외출장이라는 행운을 거머 쥔 직장인을 향한 세상의 시기가 지독한 폭설이 되어 4월의 헬싱키를 뒤덮고 있다.북유럽에 대한 지식이라곤 '러시아 옆 쪽' 정도인 무지한 여행자의 얇디 얇은 옷은 미친 듯 휘몰아치는 폭설 앞에 아무 소용이 없다. 카트를 잡은 손 위로 눈이 쌓이고, 그나마 머리라도 보호해보겠다며 눌러쓴 패딩 모자는 축축해진지 오래다. 끈을 엮어 만든 위빙 신발 속은 북구의 차디찬 눈물(?)이 자리를 차지했다. 발가락이 곱아지고, 머리와 맞닿은 모자 위의 눈이 녹아 눈으로 들어와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내 평생 처음 북유럽에 다리를 내딛었다는 사실 하나로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자작나무 ..
[매일글쓰기] 익숙해지는 순간 낯섦이 주었던 떨림이 더는 없다. 떨림은 익숙함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낯설었던 네가, 떨림이었던 네가 익숙함으로 변한 건, 귀를 멀게 할 듯 불협화음을 내던 각자의 주파수가 한 점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너를 이해가 아니라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 너는 낯섦에서 익숙함이 되었다. 네가 아닌 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