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시장.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연남동이라고 하면..."아하"하게 될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이며, 서울의 숨겨진 골목 발굴의 최대 수혜지라고도 하겠다.
연남동 중에서도 동진시장의 앞과 뒤 쪽에 바로 붙어 있는 가게들은 70년대 생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동네마다 있던 한약방, 이발소, 양장점..그리고 뿌연 간유리 창을 가진 가게들.
이제는 너무 옛날의 기억이라 내 머리 속에서도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아내기 어렵지만, 눈 앞의 풍경에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이 나는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요즘처럼 세련된 한의원이 아니라, 음산한 비밀을 숨긴듯한 한약방의 느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갑자기 건강해져서 돌아올 것 같은 한약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곳에 까페 리브레가 있다.
무심한 듯 열려있는 한약상자들에 척척 걸려 있는 커피봉투들은 왠지 내게 건강을 가져다 줄 것만 같다.
<한약재 장에 척척 얹혀 있는 커피 봉투들>
<예쁜 핑크 포스트 잇에 붙어 있는 커피 품종과 가격들>
<까페 리브레의 역사를 알려주는 팜플렛>
한 켠에 장복을 권하는 문구가 재미지다.
이 '장복'은 심지어 최근에 핫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ion commerce)'를 복제하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갓 볶은 커피콩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이런 '장복'을 하게 된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것 같지 않다.
<최신식 서비스 모델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채용한, 장복 서비스>
동진시장 골목을 따라가보면 신기한 가게들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1st April 은 '식물병원'을 운영한다.
키우다가 아파하는 식물들을 맡기면 건강하게 살려서 되돌려 준다고 한다.
울 엄니도 꽃집을 하시는데, 화분을 사가서 계속 키우는 것은 녹녹치 않다.
어떤 이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어떤 이는 너무 물을 안 줘서, 어떤 이는 너무 해를 많이 보게 해서, 또 어떤 이는 해를 안 보여줘서 화분을 죽인다.
하지만 식물도 생물인지라, 반려견, 반려묘 처럼 돌봐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어쩌면 동물병원이 당연한 시대...식물병원도 당연한 것은 아닐까?
<재미진 서비스인 식물병원 서비스>
1st April 에서는 다양한 수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장이 있지 않으니, 구매는 쉽지 않은 듯...
<1st April의 다양한 상품들>
<이 아이들이 식물병원에 맡겨진 녀석들이려나?>
동진시장 초입에는 맛난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는 Craft One이 있다.
<Craft One의 메뉴들>
동진시장에서의 기억을 제대로 만들어진 맥주와 함께 삼키는 것도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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