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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유럽,핀란드(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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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러시아정교회를 만나다. 우스펜스키 성당 우리에게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 이케아의 나라, 무민의 나라다. 복지국가의 사례이자, 선진 교육의 표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1155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1917년 러시아 통치를 벗어날 때까지 무려 700여 년의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핀란드에는 지배국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러시아정교회의 성당인 Uspenski Cathedral도 그중 하나. 의도하지 않았으나 첫 방문지가 러시아 지배 시절의 흔적이라니, 왠지 명치끝이 묵직하다. Uspenski Cathedral은 그 생김의 독특함과 언덕 위에 위치한 덕분에 한눈에 찾을 수 있다. 트램에서 내려 몸을 돌리자마자, 처연한 터키 옥색의 지붕과 핏빛을 닮은 검붉은 벽돌의 대비가 시선을 잡아챈다. 홀린 듯 언덕을 ..
[Day 1] 안녕, 이게 바로 핀란드식 사우나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를 스친 것은 '제대로 된 핀란드식 사우나를 할 수 있겠구나'란 기대감.가진 지식의 90%가 TV 프로그램에서 유래한 사람인지라, '사우나'하면 풍채 좋은 핀란드 아저씨가 수증기 열기에 빨갛게 익어버린 몸으로 눈밭을 구르거나, 살벌하게 얼어있는 강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상식적으로만 보였던 열탕-냉탕의 크로스를 할 수 있다니, 어제 무섭도록 내린 눈이 오늘은 고맙기만 하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기대감이 아직도 여독으로 지근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부산하게 가방을 챙겨서는 사우나가 위치한 꼭대기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드디어 도착한 사우나장. 이른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다. 그래도 수줍은 동양인인지라 '혹시라도 누가 볼까'하는 마음에 발끝으로 살금살금 걷는..
[Day 1] 헬싱키 교통패스 선택하기 헬싱키의 교통패스는 지하철역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키오스크에서 첫 번째 선택할 것은, Only 교통 vs. 박물관 포함교통 패스의 경우, 기간에 따라 1~7일 중 선택하면 끝~ 두 번째 선택할 것은, City vs. Region헬싱키시의 주변 지역 여행을 원하면 Region을 선택하면 됩니다.헬싱키에 주로 있더라도, 공항까지 가려면 Region을 선택해야 해요. 가격은 아래와 같아요~ 자세한 정보는 https://www.helsinkicard.com
[Day 1] 도전, 헬싱키 수퍼마켓 체크인을 마치고는 받아든 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꽁 언 몸을 침대에 쏘옥 넣는다. 예상치 못한 4월의 폭설을 온전히 받아낸 여행자의 몸은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이번에는 배가 문제다. 뭔가를 넣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따끈한 침대에서 팔을 살포시 꺼내서는 핸드폰을 잡아당겨서는 구글맵으로 수퍼마켓을 검색한다. 25분. 갈등이다. 커튼 틈으로 여전히 흩날리는 눈이 보인다. 침대냐, 식사냐...결국 배고픔이 몸을 일으키게 한다. 그 사이 온기를 머금은 옷을 몸에 끼워넣는다. 그리고 출발.하지만 호텔 문을 나서자 마자 거센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눈이 뺨을 때린다. 그래도 배고픔이 무서운지라 다리를 부산히 움직이며 눈으로는 구글맵을 쫓는다. 그런데 이건 뭐지? 25분이 지났지만 아..
[Day 1] 나의 일탈을 허하노라 '출장 빙자 여행'이라는 작은 일탈은 역시 사치인건가? 2주의 해외출장이라는 행운을 거머 쥔 직장인을 향한 세상의 시기가 지독한 폭설이 되어 4월의 헬싱키를 뒤덮고 있다.북유럽에 대한 지식이라곤 '러시아 옆 쪽' 정도인 무지한 여행자의 얇디 얇은 옷은 미친 듯 휘몰아치는 폭설 앞에 아무 소용이 없다. 카트를 잡은 손 위로 눈이 쌓이고, 그나마 머리라도 보호해보겠다며 눌러쓴 패딩 모자는 축축해진지 오래다. 끈을 엮어 만든 위빙 신발 속은 북구의 차디찬 눈물(?)이 자리를 차지했다. 발가락이 곱아지고, 머리와 맞닿은 모자 위의 눈이 녹아 눈으로 들어와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내 평생 처음 북유럽에 다리를 내딛었다는 사실 하나로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자작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