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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유럽,핀란드(2017)

[Day 2] 러시아정교회를 만나다. 우스펜스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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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 이케아의 나라, 무민의 나라다. 복지국가의 사례이자, 선진 교육의 표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1155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1917년 러시아 통치를 벗어날 때까지 무려 700여 년의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핀란드에는 지배국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러시아정교회의 성당인 Uspenski Cathedral도 그중 하나.


의도하지 않았으나 첫 방문지가 러시아 지배 시절의 흔적이라니, 왠지 명치끝이 묵직하다. Uspenski Cathedral은 그 생김의 독특함과 언덕 위에 위치한 덕분에 한눈에 찾을 수 있다. 트램에서 내려 몸을 돌리자마자, 처연한 터키 옥색의 지붕과 핏빛을 닮은 검붉은 벽돌의 대비가 시선을 잡아챈다. 홀린 듯 언덕을 향하는 발아래로 아침 이슬을 머금은 작은 꽃들이 몸을 누인다. '왜 하필 파란색이야.'


마치 모든 것을 계획한 것처럼 슬픈 모티브가 온통 모여 있다. 마침내 다다른 성당의 문, 그 안의 세상은 별세계다. 일요일 아침 미사가 시작된 성당 안은 경건함과 화려함이 가득하다. 높게 매달린 샹들리에가 뿜어내는 빛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돔에 위치한 창으로는 하늘의 계시인 듯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햇살 가운데 위치한 빨간 양탄자. 서구 성당의 의자 대신 자리를 차지한 양탄자 위에 빼곡히 들어선 신자들은 신부님의말씀에 따라 몸을 일으키고 몸의 방향을 바꾸고 고개를 숙인다. 


고요하고도 경건한 광경. 그 모습을 넋 놓고 한참을 지켜보다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옅어진다. 그것이 어떤 역사건 그 속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리고 변할지언정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들어설 때보다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선 성당 문, 그 어귀에서 맞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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