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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유럽,핀란드(2017)

[Day 1] 나의 일탈을 허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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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빙자 여행'이라는 작은 일탈은 역시 사치인건가? 2주의 해외출장이라는 행운을 거머 쥔 직장인을 향한 세상의 시기가 지독한 폭설이 되어 4월의 헬싱키를 뒤덮고 있다.

북유럽에 대한 지식이라곤 '러시아 옆 쪽' 정도인 무지한 여행자의 얇디 얇은 옷은 미친 듯 휘몰아치는 폭설 앞에 아무 소용이 없다. 카트를 잡은 손 위로 눈이 쌓이고, 그나마 머리라도 보호해보겠다며 눌러쓴 패딩 모자는 축축해진지 오래다. 끈을 엮어 만든 위빙 신발 속은 북구의 차디찬 눈물(?)이 자리를 차지했다. 발가락이 곱아지고, 머리와 맞닿은 모자 위의 눈이 녹아 눈으로 들어와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내 평생 처음 북유럽에 다리를 내딛었다는 사실 하나로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자작나무 숲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가 핀란드에 왔어'라는 문장이 입술을 타고 흐른다.


온 세상이 나의 일탈을 반대해도, 셀프로'나의 일탈을 허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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