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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기웃거리기/골목, 기웃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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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시장과 차이나타운 서울 사람에게 인천은 가깝고도 먼 곳이다. 지하철 한 번이면 가는 곳이지만, 행정구역이 나뉘는 탓에 마음의 거리는 멀다. 그래도 가끔 갈 때마다 푸근한 인심과 맛난 음식으로 맞아주는 곳이 인천이다. 인천에서도 꼭 가봐야할 곳은 신포시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쫄면의 탄생지이자, 3대 닭강정집 중에 유일하게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신포시장 즐기기 신포시장은 역시 신포닭강정에서 시작해야한다. 서울에서 서둘러 출발을 했건만, 이미 닭강정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이 꽤나 길다. 하지만 이 긴 줄이 지겹지 않은 것은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큰 솥에서 닭튀김을 버무려내는 활기찬 직원분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튀겨진 닭을 얼른 강정소스가 있는 솥에 넣으면, 척척 땅콩을 뿌리고는 현란하게 버무려낸다. 그리고는 잰 걸음의 이모..
(제주) 한가로움을 마주하는 곳: 놀맨식당, GRI:M Cafe 여행을 가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 번잡함, 시간에 맞춰야 하는 강박, 정해진 일정, 주변인과의 관계맺기, 나에 대한 시선..그렇기에 여행에서 마주하는 '의외성'과 '한가로움'은 더 큰 즐거움을 준다. 놀맨식당..'바람불면 쉬어요' 구불구불한 동네의 좁은 길을 어렵게 운전해서 찾아간 놀맨 식당. 그 식당 앞에 붙은 '바람이 많이 불어 쉼'...이라는 표지.서울에서는 화가 날만도 한 상황이지만, 귀엽게 눈썹까지 붙인 표지판을 보고는 입술로 '피식'하는 웃음이 나온다.그리고 갑자기 마음이 말랑해진다.상황에 따라 문을 열고 닫는 제주의 한가로움이 주는 여유..이렇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저 아래부터 올라오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GRI:M Cafe, 우연히 발견한 '..
[서울] 동진시장, 마카롱과 어스름내린 골목길의 정취 동진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어깨를 부딪힐 듯이 조붓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붓한 골목에 무심한 듯 놓여있는 평상이나, 턱 진 돌 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어스름이 내린 골목길. 번화한 골목처럼 북적거림은 없지만, 이 자체가 좋다. 어린 날 해진 후의 동네 골목처럼 작은 소리의 소근거림을 들으며, 골목에 놓인 평상에 앉아서 불빛이 희미하게 비쳐나오는 가게를 바라본다. 마침 가게 주인양반은 문에 몸을 기대고는 외국인 아저씨와 담소를 나눈다. 같이 앉은 친구와의 얘기도 그저 흘러가고, 시간도 같이 흐른다. 이 가게는 마카롱과 차를 주로 판다. 진열대 뒤로 보이는 정갈한 제과에 관련된 도구들의 간지가 이 가게의 내공을 말해주는 듯 하다. 마카롱은 손이 무척 많이 가는 디저트인지라, 그..
[서울] 동진시장 즐기기 동진시장.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연남동이라고 하면..."아하"하게 될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이며, 서울의 숨겨진 골목 발굴의 최대 수혜지라고도 하겠다. ​ 연남동 중에서도 동진시장의 앞과 뒤 쪽에 바로 붙어 있는 가게들은 70년대 생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동네마다 있던 한약방, 이발소, 양장점..그리고 뿌연 간유리 창을 가진 가게들. 이제는 너무 옛날의 기억이라 내 머리 속에서도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아내기 어렵지만, 눈 앞의 풍경에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이 나는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요즘처럼 세련된 한의원이 아니라, 음산한 비밀을 숨긴듯한 한약방의 느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갑자기 건강해져서 돌아올 것 같은 한약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곳에 까페 리브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