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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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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글쓰기] 지속 가능한 걸까,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이? 유한한 존재인 내가, 무한함을 꿈꾸는 것이 가능한 걸까? 꿈은 불가능에 닿기를 원하기에, 나는 유한함을 벗어나 무한한 사랑의 영속을 꿈꾼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매일의 새로 태어남으로 매일의 새 사랑을 시작한다.
[매일글쓰기] 회상 동글동글 분홍빛 꽃망울이 맺혔다. 단지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메마른 가지에 생명이 동그라니 자리 잡았다. 시절이 바꾼 건 메마른 가지만은 아닌가. 바스락 소리를 내던 가슴에도 따스한 기운이 스며, 가슴에도 동글동글 분홍빛 기억이 맺힌다. 지난 기억은 카메라 필터를 거쳐서 오는지, 온통 설렘 가득한 분홍 옷을 입고 있다. 그래서 봄은 동글동글하다.
[매일글쓰기] 뒤에 잠깐, 저 여기 있어요. 바쁘게 가는 길, 잠시 멈춰 절 보고 가요. 바로 당신 뒤에,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으니..
[매일글쓰기] 버스를 타고 그때는 왜 그리도 강화가 좋았는지... 시간이 날 때면 언제나 신촌에서 삼화고속을 탔더랬다. 오래된 고속버스에서 나는 비릿한 세월의 냄새를 맡으며, 그때만 해도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 연신 머리를 흔들어대며 궁둥이를 들썩이며 강화에 갔다. 강화 포구에 내리면, 바닷가의 그것보다는 먼지 냄새가 먼저 났다. 봄 아지랑이를 품은 먼지 냄새.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건너는 배를 타기 위해 어김없이 선착장에 줄을 섰다. 그 줄에 서면 어디선가 새우깡 아줌마가 나타났다. 마치 누군가가 짠 각본처럼,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던 신비한 그곳. 지금은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는다. 그 사이 내겐 차가 생겼고, 강홧길은 매끈하게 포장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며 머리를 흔들어대고 궁둥이를 들썩이는 그 흥취...
[매일 글쓰기] 돌이켜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회사, 그곳은 왜 그렇게 낯설고 서러웠는지... 때때로 차오르는 눈물을 삭히려 학창 시절 다리를 쉬었던 숲을 찾곤 했다. 익숙한 나무 그늘에 앉으면, ‘고생했어’라며 말을 걸어주곤 했다. 그렇데 한참을 앉아서 마음의 짐을 털어놓곤 했다. 돌이켜 보면 서러웠지만 그때가 아름다웠다. 찾아갈 곳이 있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어주는 추억이 있었고, 마음의 짐을 털어놓을 곳이 있었으니까... 나무의 초록은 돌아오지만, 그곳을 다시 갈 수 있을까?
[매일글쓰기] 끝나다 연애의 끝을 결혼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결혼에 닿지 못한 모든 연애는 내게 실패였다. 얼마나 바보 같은가... 느리게 아지랑이를 밟으며 운전하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작은 강의 아름다움에, 그 작은 우연이 만든 행복에 웃음 지었는데... 연애는 왜 과정 과정의 작은 행복에 웃음 짓지 못했을까? 왜 그 보물 같은 기억을 쉽게 지웠을까? 그 연애가, 그 사랑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매일글쓰기] 결국은 결국은 이렇게 될 것을 알았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는 작은 가능성에 이 길에 들어섰네. 결국은 이렇게 되었지만,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진 않으리. 이 길에서, 난 날았도, 난 꿈꿨고, 난 행복했고, 난 미쳤으니까... 결국은 이렇게 되었지만, 이 길은 아름다웠다.
[매일글쓰기] 아주 먼 눈이 흐릿하다. 며칠째 밤잠을 설친 탓이리라. 항상의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번 몸이 알아챈다. 아직도 아주 먼 길을 가야 한다며... 부산한 마음은 밤잠을 흔들며 재촉하는데, 다리는 자꾸 같은 곳을 맴돈다. 그저 시간이 밀어대는 방향으로 죽음에 다가서는 대신, 나의 있었음을 알리고 싶어, 내 눈길은 내 마음은 아주 먼 곳을 향하는데, 따르지 못하는 육체의 무게와 늙음이 못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