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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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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글쓰기] 주문 기-승-전-그. 언제부터일까? 모든 생각의 끝에 내가 아닌 그가 서기 시작한 것은...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그 자리를 돌리려 주문을 왼다. ‘레플리카 오리지나리~’*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떠본다. 기-승-전-그. 무용하도다. 그를 내게서 도려내는 주문은... *주: Replace originally.
[매일글쓰기] 익숙해지는 순간 낯섦이 주었던 떨림이 더는 없다. 떨림은 익숙함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낯설었던 네가, 떨림이었던 네가 익숙함으로 변한 건, 귀를 멀게 할 듯 불협화음을 내던 각자의 주파수가 한 점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너를 이해가 아니라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 너는 낯섦에서 익숙함이 되었다. 네가 아닌 내가 되었다.
[매일글쓰기] 차가운 맑은 낯빛. 그 맑음에 취해 손을 뻗어본다. 손이 쩌억 붙는 차가움, 그리고 뒤를 잇는 손이 데는 듯한 뜨거움. 너라는 황홀은 차가운 동시에 뜨겁다. 맑음에 취해 불나방처럼 뛰어든 내게, 너는 차가운 열기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몸을 옥죄는 올무같이, 차가움이 깊을수록 더 뜨거워지는 푸른 불이다.
[매일 글쓰기] 간절히 왜 너였을까? 그건 너에게서 내게 없는 것을 발견해서였다. 내게 허락된 적이 없는 간절함, 바로 그 봉인된 보물을 발견해서였다. 쉼없이 꿈을 뱉어내던 너의 입, 그리고 함께 공진하며 빛나던 너의 눈. 거기서 나는 태고부터 숨겨놓았던 인류 최고의 빛남을 보았다. 그리고 내게 허락되지 않았던 간절함을 탐하는 간절함이라는 천형을, 아니 어쩌면 선물을 받게 되었다. 갖지 못했기에 더 간절해지는 너에 대한 마음, 그 간절함에 삼월의 봄날 밤을 하얗게 세운다.
[매일글쓰기] 버리기 며칠째 명치가 묵직하다. 스포이드로 물을 빨아들였다 빼냈다를 하는 것처럼, 숨을 가득 모아 넣고는 다시 뱉어내 본다. 허나 목구멍과 배꼽 사이, 그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좀처럼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그것은 좀체 토해지지가 않는다. 버렸어야 했는데... 제 때 버리지 못한 응어리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명치를 막았나 보다. 들이는 숨이 응어리에서 튕겨지고, 내뱉는 숨이 응어리에 막힌다. 모든 것이 제 때가 있듯, 버리기도 제 때가 있다. 시기를 놓친 버려지지 못한 감정의 무게가 켜켜이 명치를 옥죈다. 마치 시야를 막는 뿌연 먼지처럼...
(그림수업) 바다 바람을 품은 창 수채화만큼 까다로운 그림은 없는 것 같아요. 매일매일 그리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물감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내 스케치북이 물을 어떻게 흡수하고 얼마나 흐름이 발생하는지를 알기가 어렵거든요. 게다가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방 탁해지는 색까지.. 그런데도 자꾸 게을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정말 오랫만에 수채화를 올리니 말입니다. 이번에 수채로 그린 것은 바다의 물빛과 바람을 품은 창이에요. ​ 먼저 하늘과 바다를 표현해주고는.. ​ 나무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와 커튼을 표현합니다. ​ 이 커튼의 어려운 점은 커튼 뒤로 비치는 바다의 색을 함께 표현해야하는 것이에요. 투명한 커튼에는 바다의 경계를 담고, 좀 더 두툼하게 표현되는 커튼부분에는 바다의 경계를 표현하지 않아야 하거든요. ​ 마지막으로 벽에..
(그림수업) 오랫만의 수채화 ​ 꽤 오랫만에 수채화를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걷는 것과 같아서, 익숙해지기 전에 멈추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근육의 하나하나를 단련해야 합니다. 그간 아크릴화 작업으로 너무 오래 수채화를 쉬었나봅니다.붓질 하나, 색을 조색하는 것 하나, 모든 것이 낯서네요.
[그림수업] 서른세번째 강(講)....세상을 잊은 낮잠 오늘도 아이를 그릴거에요. 1차로 간단한 스케치를 하고는.. 스케치를 상세화합니다. 바탕은 톤 다운된 풀빛으로 물빛 가득하게 칠합니다. 우연이 만들어 낸 번짐이 배경에 멋스러움을 주었습니다. 옅은 회색으로 물소 털과 음영을 칠해줍니다. 아이 옷은 울트라마린과 딥바이올렛 색으로 칠합니다. ​ 물소의 눈은 회색과 갈색으로 칠해주고, 코부분은 회색으로 칠합니다. 아이의 얼굴은 Permanent Yellow Deep 으로 칠하고, 빨간 볼은 Bright Red로 칠합니다. 물소에 음영을 주고,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물소의 배를 베고 누운 아이의 잠든 모습이 세상을 모두 잊은 듯 평화롭습니다. 따뜻한 물소의 체온에 기대어 잠든 아이는 무슨 꿈을 꿀까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이겠죠? 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