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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대만, 타이베이(2015)

[대만-타이페이] #6, 지우펀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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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스를 출발한 택시는 잠시 눈을 붙일 틈도 없이 '지우펀(九份)'에 도착했다.

 

원래 목표는 지우펀에서 해진 뒤의 홍등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택시 여행의 가격을 알아보던 중, 마지막 일정이'지우펀'인 것이 '예-진-지-스' 보다 300 NTD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정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300 NTD라고 해봐야 만원 남짓의 금액이지만..이 돈을 아낀 것만으로 뭔가 엄청난 절약을 한 느낌이랄까..

갑자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근검절약'의 네 단어로 인해, 지우펀이 타이페이 근교 여행의 3번째 목적지가 되었다.

 

 

지우펀(九份) : 유래

 

지우펀 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지우펀의 지우가 숫자 9라는 것을 몰랐다.

(너무 정보 없이 여행을 하는 건가?)

 

지우펀의 유래는 과거에 아홉 집밖에 없던 외진 산골 마을에는 항상 아홉 집 것을 함께 구입해 아홉개로 나눴다고 해서 '九份'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출처 : Wikipedia)

그 후 청나라 시대에 금광이 발달과 함께 인구가 급증했고, 그와 함께 상관이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온에어에서 김하늘과 김범수가 차를 마시던 장면과 '꽃할배'가 땅콩 아이스크림을 사드신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비정성시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지우펀(九份) : 초입 

 

눈깜빡 할 사이에 도착한 외딴 주차장.

 

Vincent 曰,

"여기가 지우펀이야. 너 어떤 게 관심있어?"

 

나 曰,

"잘 모르겠어. 보통 사람들은 어딜 주로 가?"

 

Vincent 曰,

"땅콩 아이스크림 먹어야 해. 보통 많이들 먹어. 그리고 오카리나 사는 데 가고..."

 

나 曰,

"거기 홍등 예쁜 거리는? 거기는 안 가?"

 

Vincent 曰,

"거기에 관심있어? 그럼 지도에  표시해줄게. 근데 중간에 돌아와야 해"

 

이 말이 게시와도 같은 말일 줄은 그 땐 몰랐다.

 

Vincent 아저씨와 헤어진다는 사실에 지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 말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Vincent가 그려준 지도>

 

가봐야 할 곳이 표시된 지도 한 장과 우산을 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엄마와 주차장을 나섰다.

 

주차장에서 지우펀의 시작점인 '세븐일레븐'까지는 왕복 2차선의 좁은 찻길을 따라 가야 한다.

워낙 가파른 지형에 만들어진 곳인지라, 찻길과 인도의 구분이 거의 없어 조금은 위험하다.

 

(왜 이렇게 먼 곳에 내려준거지?)

말은 안 했지만, 마음 속에는 조금 원망의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우펀에 다가갈 수록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관광버스, 지우펀을 오가는 대중버스, 택시, 그리고 관광을 하는 여행객까지 한데 섞여서 지우펀 초입은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하지만  풍겨오는 달콤한 과자 굽는 냄새, 펑리수를 맛보라고 권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이미 마음은 지우펀에 빠져들고 있었다.

 

지우펀(九份) : 먹거리

 

지우펀에 들어서면 상점과 상점을 연결한 지붕 밑을 그저 사람들과 함께 흘러가면 된다.

 

흘러가면서 눈길을 주는 곳곳에 맛난 음식과 신기한 대만의 특색음식, 차(茶), 공예품을 볼 수 있다.

금광이 번성하던 시기, 힘든 노동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던 즐거운 장터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특별히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냄새를 따라간 곳에서 만난 월병집.

전통적인 월병과 현대의 맛을 가미한 머핀류를 함께 판매한다.

 

<중국하면 월병답게 엄청난 크기의 월병>

 

<작게 잘라서 맛볼 수 있게도 판매해요>

 

<나름 신식 방식으로 구워낸 컵케이크..냄새가 넘 좋아요>

 

한국에는 요즘 팥이 엄청 비싼지라, 엄마는 계속 팥 위주의 간식을 선택 중.

여기서도 팥이 듬뿍 든 월병을 PICK!!

 

이제는 "그 유명한 땅콩 아이스크림" 집으로!!

 

백일섭 할아버지도 맛나게 드신 그 집인지라, 여기저기 한국어 설명과 함께 주문까지도 우리말로 가능하다.

게다가 손가락으로 가위 포즈만 취해도..둘이 나눠먹을 수 있게 잘라주는 센스까지..

 

<친절하게 한국어 설명이 가득 붙어 있는 땅콩아이스크림집>

 

곱게 간 땅콩과 얇은 찹쌀전병(부침 또는 크레페??)으로 감싸진 아이스크림은 차갑다기 보다는 매끈한 질감으로 입안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함께 들어오는 땅콩은 거친 식감이 아니라 놀랍도록 보슬보슬하다.

그래도 혼자 하나 먹는 것은 비추!!

 

그냥 즐거운 맛보기로 엄마와 반쪽씩 먹는 게 딱이다.

 

우리네 눈을 끈 '검정깨 가득' 강정집.

깨, 땅콩, 해바라기씨 같은 곡물을 적당히 버무려낸 것이 우리네 강정과 꼭 닮아있다.

 

지우펀의 즐거움은 어느 집에서나 인심좋게 권하는 시식거리다.

어느 집에나 접시 가득 담긴 음식들을 집어먹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올 지경.

 

검정깨 가득 강정집에서도 이리저리 시식을 하고는 검정깨 강정을 한 봉지 사고야 말았다.

특산품은 아니지만, 한국의 깨 시세를 떠올리면 왠지 엄청난 득템을 한 느낌...크크.. 

  

<인심좋게 권하는 시식거리...게다가 저 엄청난 검정깨를 보고서 어찌 사지 않을수 있겠나>

 

소라구이, 소시지 구이, 송이 통구이, 육포에 이르기까지 먹을 것이 가득하지만...방금 먹은 광부도시락이 아직도 소화가 되지 않은지라, 눈은 디저트로만 향한다.

 

<취두부, 닭발 등 이름모를 대만 음식들이 가득한 판매상..하지만 나는 배가 부르니 눈으로만 먹으련다>

 

지우펀(九份) : 볼거리

 

이젠 Vincent 아저씨의 지도 상에 표시된 'red right street'로 향한다.

 

Red right Street를 들어서자, 저 아래로 바다가 보이면서 계단을 따라 홍등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계단을 따라 작은 도자기 가게, 찻집들이 들어 서 있다.

 

지우펀은 산에 조성된 부락인지라, 계단의 가파르기가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옆의 가게를 구경하면서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라오는 아주머니의 다리 꺾임과 무릎위에 올린 손만 봐도 계단의 가파름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제 시작일 뿐인데 벌써 지친 표정인 엄마>

 

조금 더 내려가니 아매차루(阿妹茶樓)다.

여기 쓰인 '아(阿)'가 언덕 아..그렇다 언덕에 누이가 하는 찻집..이다.

 

이곳에 이르고 보니,<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이미지를 알 수가 있다.

아련하게 비치는 불빛, 끝없이 이어진 홍등, 기와를 얹은 나무바닥 집..

 

<금방이라도 센과 치히로가 나타날 것 같은 아매차루>

 

아매차루로 들어서면  그 신비한 느낌은 더 배가된다.

지붕을 덮고 있는 나무와 벽에 걸린 속내를 알 수 없는 가면..

 

<아매차루의 안쪽에 걸린 가면은 신비함을 더해주고>

 

<나무로 된 계단은 왠지 삐걱대며 말을 걸어올 것 같아>

 

하지만 아매차루에서 나와 엄마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매차루는 '차 세트'를 판매하는 데, 그 가격이 꽤나 부담스럽다.

 

(흑흑...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지..ㅜㅜ)

 

아매차루 앞 쪽에는 '온에어', '비정성시'를 촬영했던 음식점이 있다. 

 

<친절하게도 촬영지임을 알려주는 음식점>

 

<비정성시...요즘 아이들은 이 영화의 느낌을 알려나>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가스 배달이 온다>

 

<홍등 거리에서 찰칵 이 때만 해도 헤메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우펀(九份) : 헤매다

 

Vincent 아저씨 말대로, 돌아서서 내려갔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홀린듯이 아래 보이는 바다를 향해 계단을 내려간 것이 문제였다.

 

<바다를 향해 나 있는 것 같은 계단>

 

그 계단의 끝까지 내려가자, 바다를 낀 도로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방향감각이 완전 Reset!!

 

때 마침 지나가는 경찰아저씨..

 

나 曰,

"Hello!!"

 

하지만 경찰아저씨는 못 들으셨는지, 속도를 내서 경찰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신다.

나도 경찰아저씨를 따라 뛰어가지만...아저씨는 끝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으신다.

경찰아저씨는 경찰서로 쏙~~

나도 따라서 경찰서로 쏙~~

 

나 曰,
"나 길을 잃어버렸어. 지도에 있는 이 Parking Lot 까지 어떻게 가?"

 

경찰아저씨 曰,

"#$#$#$#$#$#%**&&^%*)$"

 

그렇다.

대만 경찰아저씨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셨던거다.

그래서 나를 피하셨던 것이다.

 

손짓 발짓을 했으나..결국 포기...

 

너무 늦게지만 RETURN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 曰,

"가게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않을까? 거기서 물어보자"

 


결국 가게까지 올라가서 물어보니, 아래 계단이 아니라 옆으로 가면 된다라고 한다.

 

옆 골목으로 빠지니, 또 새로운 풍경이다.

계단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넓은 바다의 풍광과 조금은 상업성을 덜어낸 까페들이 보인다.

 

너무 하나에만 집중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어느 순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세상살이도 그렇다.

 

비록 길을 잃고 헤맸지만, Main Street에서 벗어남으로써 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된 것 같다.

 

 

<길을 잃고 만나게 된 좀 더 멋진 풍광의 지우펀>

 

하지만 몸은 이미 너덜너덜...

 

결국은 택시 예약을 한 '호X관광'의 대표님에게 급 카톡~~~

 

나 曰,

"저희 길을 잃었어요. 근데 너무 힘들어서 못 찾아갈 것 같아요"

 

호X관광 대표님 曰,

"위치만 알려주시면 기사님에게 모시러 가라고 말할게요"

 

나 曰,

"너무너무 감사해요~~"

 

결국 Vincent 기사님께서 경찰서로 우리를 Pick 하러 와주셔서, 눈물겨운 상봉.

(흑...잠깐 헤어졌는데..고생을 해서 그런가..너무 반갑당~)

 

 

<지우펀의 느낌.신비로의 탐험>

 

내게 지우펀은 비오는 날의 고생과 안도감. 한없는 신비로의 탐험으로 남았다. 

 

#date : 201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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