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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대만, 타이베이(2015)

[대만-타이페이] #7, 스펀-풍등예법, 여행지에선 나를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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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에서 차가운 비를 맞으며 계단을 오르내린 것이 고되었던가..Vincent 아저씨의 택시를 타자마자 그야말로 '레드썬!!'

한쪽으로 꺽인 목이 불편함에도 쏟아지는 잠에 취해 '딥슬립'을 한지 얼마나 흘렀을까..

타이페이 근교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스펀(十分)'에 도착했다.

 

<탄광마을의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스펀>

 

Vincent 曰,

"스펀에 다 왔어." 

 

나 曰,

"...으으으으으음~~"

 

눈을 부비고 나서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정신이 든다.

 

기찻길 옆, 천등 가게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들어선 스펀.

기찻길 옆으로 천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Vincent 曰,

"제일 잘 생긴 친구가 있는 가게로 갈거야"

 

나 曰,

"..."

 

엄마도 나도 아직 잠에서 덜 깨어 시큰둥...

천등색상을 고르는 안내판을 보고도 멍하다.

 (천등의 색상은 1개, 2개, 4개 중에 고를 수 있다)

 스펀의 천등 날리기 정보

 

1. 색상 수에 따른 가격

- 천등의 4면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음.

- 1개 색상 가격 : 100 NTD

- 2개 색상 가격 : 120 NTD

- 4개 색상 가격 : 150 NTD

 

2. 천등 기념 스탬프
- 천등 가게에는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비치해놓은 곳이 많다.

- 대부분 가게 안 쪽에 스탬프가 있으니, 기념을 위해 "콩!!" 찍어보자.

 

3. 소원 적기 후, 손 씻기

- 아무래도 여럿이 쓰는 붓이다 보니, 여기저기 먹물이 묻어 있다.

- 가게 안 쪽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 걱정은 필요없음~~

 

일단 (전반적인)'성공'을 의미하는 초록색을 고르고는 소원을 적기 시작한다.

 

엄마도 귀찮은듯..커다란 글씨로 '가족건강'을 적고는 끝!

 

<피곤하셔서 '가족건강' 적고는 끝하신 엄마>

 

하지만 풍등이 워낙 큰지라, 가족, 주변사람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적다보니 점점 재미있어진다.

허황된 소원일 수도 있지만, 조카 녀석 크게 되라고 '인류에 도움되는 사람'되라고 적어본다.

 

<소원을 한자씩 적어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소원적기는 풍등의 4면을 가득 채울 때까지 계속된다.

 

한 면을 채우면, 빨래집게를 쏘옥 뽑아서 다른 면으로 돌려준다.

그럼 또 한 가득 내 주변사람을 위한 작은 소원들을 적어줄 수 있다.

 

비록 몸은 더 멀어졌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소원을 고민하다보니, 더 애틋하다.

 

생각을 곱씹으며 소원을 써 내려가는데, 갑자기 주변이 부산해지면서 기차가 들어온다.

 

<풍등 가게 앞으로 들어서는 기차>

 

<슈우우우~~~~기차가 지나간다>

 

<이렇게 가까이서 기차를 본 건 처음이라 낯설고도 신기하다>

 

<기차 끝이 보일 때까지 한참을 바라본다>

 

기차길 위, 천등 날리기

 

한참을 소원을 적고 나면, 기차길 위에서의 천등 날리기가 기다린다.

 

여행지에 가면, 갑자기 사람이 바뀌는건가?

우리나라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남들과 똑같이 따라하기'를 손가락 오골오골 하면서 하게 된다.

게다가 운전기사님이시자 사진기사님의 세세한 가이드에 따라...

 

이것은 마치 주자가례처럼 정확한 순서가 있다.

 

첫번째 단계 : 천등의 위를 잡고 사진 촬영.

 

천등의 위를 잡는다.

얼굴을 살포시 사진기사님을 바라본다.

사진을 찍는다.

(보라..뒤에도 다들 똑같이 하고 있지 않은가..)

 

<천등 위를 잡고 사진 찍기>

 

두번째 단계 : 천등에 불을 켜고, 아랫 부분을 잡고 사진촬영

 

다음에는 천등에 불을 붙인다.

그럼 천등이 부불어오르면서,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이 때 천등의 아랫 부분을 잡고는 사진을 찍는다.

 

<아랫부분을 잡고 찰칵>

 

세번째 단계 : 천등을 띄워보내며 사진촬영

 

이제는 천등을 놔줄 시간.

열기구처럼 잔뜩 부불어오른 천등을 놔주면, 천등은 하늘위로 두둥실 띄워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찰칵.

 

<두둥실 천등 떠나보내기>

 

이제 정말 천등은 멀리멀리 떠나간다.

 

 

<점점 작아지는 천등..안녕~~>

 

네번째 단계 : 함께 소원을 빈 사람을 안아주기

 

이젠 함께 소원을 빈 사람을 안아주는 단계이다.

 

이쯤되니 피곤도 풀리고, 오글오글한 행동을 하면서 맘도 풀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올라오는 것 같다.




 

<함께 소원을 빈 사람을 안아주며, 찰칵!!!>

 

마지막 단계 : 기찻길 위에서 힘껏 팔을 뻗기

 

이제 오글을 최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기찻길 위에 자리를 잡고는 서로 팔을 쭉 뻗는다.

(아..정말 오글오글...)

 

Vincent 기사님의 가이드를 따라, 오글오글 몇 단계를 거쳤을 뿐인데 마음이 십 년은 젊어진듯~

 

<마지막 단계, 힘껏 팔을 뻗치기>

 

그리고는 추가 촬영 장소로 이동을 한다.

 

천등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놓은 벽에서, 천등 날리기 포즈를 취하는 것.

원래는 저 위의 것을 붙잡고, 날아가는 모습을 해야 하는데...엄마나 나나 다리가 짧은 관계로 밑의 작은 천등에 매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천등 날리는 벽화에서 설정샷>

 

<천등과 함께 날아가는 포즈>

 

스펀 다리 위에서 마지막으로 행복한 설정샷까지~~

 

<다리위에서의 한컷>

 

유치하고, 또 오글거렸지만..재미있는 설정샷 가이드 덕분에 젊은 마음으로 천등 날리기를 백분 즐긴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엄마도 낯선 조금은 유치한 모습을 서로 발견한 것 같아 너무 조으다.

 

Vincent  기사님, 감사해요.

 

# date : 201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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