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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유럽,발칸반도(2015)

(발칸 #28) 네비도 놀란 외진 숙소 찾아가기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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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겨준 오스트리아 그라츠.

그라츠에서의 기쁨을 간직하고 발칸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보낼 숙소를 찾아 떠납니다.

가는 길.

마주하는 풍경이 가슴에 터억 감동을 안겨줍니다. 

요즘 그림그리기에 빠져있는 저에게 이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간 만나왔던 유럽의 유명 화가들이 화폭에 담아냈던 하늘, 벌판이 왜 그런 모양이었는지를 알게 해주네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그 위에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곡식.

무심한듯이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심겨진 나무.

높게 솟은 하늘. 그리고 누군가가 거친 붓칠로 그려넣은 것 같은 하얀 구름.​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경한 해바라기만 가득 심겨져 있는 밭.

그림은 결국 그 사람이 살아낸,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닮나 봅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화폭에 담기나 봅니다.

예전에 읽어던 책 중, 건축가의 여행에 대한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을 쓴 주인공은 여행지에 가기 전, 그 나라 또는 도시에 대한 고전문학을 읽고 간다고 합니다.

그럼 그 문학에서 표현했던 도시의 건물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마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스트리아를 그린 대가들의 그림을 한 번 보고 올 걸 그랬습니다.

그랬더라면, 그 분들이 눈에 담았던 풍경을 함께 느꼈을텐데요.​


이렇게 한없이 이어질 거 같은 풍광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작은 골목들로 들어섭니다.

왕복 2차선의 길.

양 옆으로 숲이 우거진 길을 한참을 갑니다.

도무지 숙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

그런 마을로 저희 패키지를 태운 버스가 들어섭니다.


버스 한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길.

그 덕분에 버스의 높이에서는 오스트리아 주택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가 있네요.

주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독일어​로 얘기하는 네비가 수차례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미뤄보아..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인 것 같습니다.

수없이 경로를 재탐색 하던 네비.

결국 가이드 언니가 버스를 세우고 내려 현지인에게 길을 묻습니다.

그리고도 한참을 더 가서..​

 

드디어 저희가 애타게 찾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SEMINAR-HOTEL Wienerwald.

이름을 보니, 서울 양재시민의 숲에 위치한 K 호텔이 생각나네요.

보통...중요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아무도 밖에 못나가게 하고 회의에 집중하고자 할 때 사용했던 K 호텔.

이곳도 그런 용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스위스의 예쁜 집처럼 꾸며진 호텔은 냇가에 위치하고 있어 맑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까지 들립니다.


아까 네비가 계속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고 외칠 때만 해도.

귀곡산장에 가는 것이 아닐까 겁먹었었는데..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네요. 

호텔 방 안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참 의외성을 띕니다.

일부러 이렇게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봐도 현지 예약이 워낙 많아서 숙소들이 바뀐것으로 보이지만..)

참XX여행에서 처음 시도한 숙소들은 숙소 안에서 바라보는 뷰는 참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너무 관광지가 아닌 위치에 호텔이 있다보니, 가끔은 혼자 여행온 것 처럼 현지에 동화되는 맛도 있고요.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은 2개 동을 연결한 통로를 지나서 갑니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이니, 자축의 와인도 한병.

거기에 분위기 돋는 촛불까지 켭니다.​


저녁 식사는 오스트리아식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밥입니다.

우리네 밥보다는 포슬포슬 날리는 쌀로 한 밥이지만, 오랫만에 만난 밥이 참 반갑네요.​

 

마지막으로는 크림을 곁들인 건자두 파이입니다.

이 파이를 앞에 두고, 엄마와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 삼매경이 빠집니다.

그 동안 못 했던 얘기도 하고.

여행의 감흥도 나누고요...

테이블을 담당하던 착해보이는 아가씨가 와서, 시간이 다됐다는 바디랭귀지를 살포시 던집니다.

그 바디랭귀지에 미안하다는 바디랭귀지로 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이 숙소는 열쇠를 돌려서 방의 문을 닫고, 또 이 열쇠로 화장실의 문도 닫는 방식입니다.

ㅋㅋ..

화장실 가려면 열쇠는 필수~~.


#date : 2015.7.17 



******

이제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여행은 돌아가는 것 또한 즐겁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짐을 다시 꾸립니다.​


아침에 바라보는 마을 풍경도 정겹고.. 

열어높은 문 사이로 들어오는 조금은 차가운 아침공기가 쨍하니 기분을 좋게 합니다.

아...이제 처음 이곳에 떨어졌던 체코의 프라하로 갈 시간입니다. 


# date :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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