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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따로 또 같이/태국,코사무이(2015)

(태국 #9) 생애 첫 스노클링 @ 코사무이 콘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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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럭셔리 보트 익스커션(Luxury Boat Excursions)' 하러 갑니다.

어제 체크인할 때, 보트 익스커션과 태국식 피크닉 바구니를 예약했거든요.

코사무이 콘래드에서는 무인도인 Koh Matsum까지의 보트 여행을 제공해요.

이것은 투숙객 모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랍니다.

3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에게는 다운타운까지의 무료 셔틀도 제공하고...

외진 휴양형 호텔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서비스가 이것저것 있답니다.

 

Koh Matsum에 갈 때는 간단한 피크닉 바구니도 주문이 가능하답니다. ^^.

하루 3회의 출발이 있는데...컨시어지가 추천하는 시간대로 예약을 했지용~~..

모험은 체크인 라운지에서 시작되요.

잠시 기다리면서, 라운지에 비치된 자료들도 보고...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도 찰칵찰칵~

파노라마 뷰 촬영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드디어 저희를 보트 선착장까지 태워다줄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보트에는 중국인 커플 2쌍, 그리고 저희가 탑승할 예정입니다.

근데..저희의 피크닉 바구니가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빗겨남이 큰 아쉬움의 시작일 줄이야..


차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면 보트를 타는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선착장에서는 이전 시간대의 보트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들 얼굴이 밝은 것으로 보아, 즐거운 투어였나봐요.

아.~~~..기대가 됩니다.

저는 물을 무서워해서 스노클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으니..오늘은 제 인생에 '스노클링'이라는 역사를 쓰는 날이겠네요.


하늘도 바다도...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저 배가 저희가 탈 배입니다.

쿨내나는 크루아저씨들이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시고.

저희는 엄청난 햇살을 받는 선두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천으로 가려지지 않은 모든 부위에 닿는 햇살이 몸을 태울 듯이 뜨겁지만,

투어는 원래 이래야 하는 법이니까요.

 

바람도, 파도도, 햇살도 온몸으로 맞아주겠어~~~


한참을 미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려갑니다.

그리고 배는 포인트를 찾아 조용히 멈춥니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네요.

 

구명조끼를 입고,

수경을 받아들고는 포인트로 몸을 던집니다.


사진에 남기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첫 스노클링의 경험은 재미있었습니다.

 

겁을 잔뜩 먹은 나에게 친구가 말합니다.

당황하지만 않고 이로 마우스피스만 꽉 물면 아무 일 없을꺼라고...

 

그 이후, 제 모든 신경은 마우스피스에 집중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경은 튼튼하고, 마우스피스와 밖으로 나와서 공기를 흡입하게 도와주는 관도 제 기능을 다 합니다.

 

상상했던 무서운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처음 몸을 바다에 담궜을 때는 구명조끼와 바다의 염분이 만들어내는 부력으로 엉덩이는 물 밖으로 쏘옥 나오고..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주변의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무기력함.

하지만 도움을 받아서 손과 발로 물을 저어나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물고기들의 모습.

그리고 빵 조각을 손에 쥐면 달려드는 물고기들의 입술의 느낌.(이 느낌은 솔직히 좀 징그러~~)

첫 스노클링은 생각보다 즐겁네요.

하지만 모든 첫 경험이 아픈 기억을 남기듯이,

날카로운 산호초가 발끝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스노클링 후에 배는 무인도에 닿습니다.

예상했던 파라다이스가 아닌 좁은 해변과 지저분한 느낌의 곳이긴 하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기에는 충분합니다.

우리를 배에 태워주신 크루분들은 갑자기 무인도의 상인으로 변신을 하시면서,

뒤에 가판을 차리십니다.

물놀이에 배가 고픈데 주문한 도시락이 도착하지 않을 것을 발견한 것은 이 때입니다.

도시락만 믿고, 돈도 카드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패인.

 

분명히 럭셔리 보트 익스켜션인데,

저는 왜 이렇게 배가 고프고 갑자기 난민 같은 건지..

 

그나마 가방에 넣어온 맥주와 마카롱이 허기를 달래주어 다행~

행복한 셀카같지만, 실은 도시락 없어 지친 표정입니다.

그래도 산들산들 바닷바람.

반짝반짝 눈부신 햇살.

시원한 나무그늘.

시원하게 얼음에 재운 맥주.

시간을 때워줄 그림도구까지..

 

좁고 지저분한 해변이지만, 맘 먹기 나름인듯.

모래가 배를 간지럽히는 돗자리 위에 누워

맥주 한 모금.

마카롱 한 입.

그림그리기와 꼬박꼬박 낮잠을 번갈아 하니..

 

세상 참 좋다~

 

# date : 20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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